아보카도 씨앗이 나의 반려식물로...
마음속 숲이 오래도록 겨울이던 날들이 있었다. 햇살은 창문을 두드렸지만 내 마음에는 닿지 못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유리 너머의 세상처럼 멀게만 들렸다. 아침은 매일 같은 얼굴로 찾아왔고, 나는 같은 하루를 조용히 반복했다. 가끔 생각했다. 혹시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상자 안에서, 똑같은 시간을 돌려 쓰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아보카도를 먹고 남은 씨앗 하나를 물 위에 띄워 두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그란 씨앗은 매일 조금씩 시간을 마셨다. 며칠이 지나자 조용히 뿌리를 내렸고, 또 시간이 흐르자, 흙을 뚫고 세상에서 가장 여린 초록 하나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이 봄바람을 만난 거미줄처럼 스르르 풀려 버렸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숲 냄새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는데, 작은 새잎 하나가 “괜찮아.” 하고 속삭여 준 것만 같았다. 삶은 언제나 거창한 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닌 손바닥만 한 씨앗 속에서 연둣빛 잎 하나를 펼치며 조용히 시작된다. 오늘도 나는 그 작은 잎을 바라본다. 사실 자라고 있는 것은 아보카도만이 아니라, 조금씩 다시 초록을 되찾아 가는 내 마음인지도 모른다. 나의 작은 반려식물은 말없이 빛을 향해 자라고, 나는 그 곁에서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