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씨앗이 나의 반려식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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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숲이 오래도록 겨울이던 날들이 있었다. 햇살은 창문을 두드렸지만 내 마음에는 닿지 못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유리 너머의 세상처럼 멀게만 들렸다. 아침은 매일 같은 얼굴로 찾아왔고, 나는 같은 하루를 조용히 반복했다. 가끔 생각했다. 혹시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상자 안에서, 똑같은 시간을 돌려 쓰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아보카도를 먹고 남은 씨앗 하나를 물 위에 띄워 두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그란 씨앗은 매일 조금씩 시간을 마셨다. 며칠이 지나자 조용히 뿌리를 내렸고, 또 시간이 흐르자, 흙을 뚫고 세상에서 가장 여린 초록 하나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이 봄바람을 만난 거미줄처럼 스르르 풀려 버렸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숲 냄새가 피어나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는데, 작은 새잎 하나가 “괜찮아.” 하고 속삭여 준 것만 같았다. 삶은 언제나 거창한 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닌 손바닥만 한 씨앗 속에서 연둣빛 잎 하나를 펼치며 조용히 시작된다. 오늘도 나는 그 작은 잎을 바라본다. 사실 자라고 있는 것은 아보카도만이 아니라, 조금씩 다시 초록을 되찾아 가는 내 마음인지도 모른다. 나의 작은 반려식물은 말없이 빛을 향해 자라고, 나는 그 곁에서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꽃을 배우며 피어난 작은 이야기|화훼장식기능사와 꽃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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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가 건네는 아름다움,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과 향기는 언제나 마음을 머물게 한다. 꽃이 가진 생명의 특성과 자연스러운 선, 그리고 공간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알고 싶어졌다. 예쁜 꽃을 꽂는 것을 넘어 꽃이 가진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   그렇게 한 걸음 내디딘 곳에서 만난 것이 국가공인 화훼장식기능사라는 새로운 배움이었다. 처음 마주한 꽃 공부의 세계는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꽃과 식물의 이름을 익히는 것부터 절화 관리, 디자인의 원리, 색채와 형태의 조화까지 배워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작은 꽃 한 송이에도 계절의 시간과 자연의 질서가 담겨 있었다. 실기 연습을 하는 날이면 정해진 시간 안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때로는 꽃의 선의 마음처럼 흐르지 않았고, 전체적인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꽃을 바라보고, 다시 손끝으로 고쳐가며 조금씩 꽃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 갔다.  어느 순간부터 꽃은 단순히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곧게 뻗은 줄기의 방향, 작은 잎이 만들어내는 여백, 서로 다른 색이 만나 만들어내는 조화.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순간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며 쌓아온 시간도 꽃을 이해하는 데 깊은 연결이 되어주었다. 색을 바라보는 감각, 공간을 채우는 균형, 작은 부분까지 살피는 시선. 캔버스 위에 색을 담는 일과 꽃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일은 다른 듯 닮아 있었다.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꽃은 자연이 건네준 색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긴 배움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국가공인 화훼장식기능사라는 이름의 작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자격을 갖춤과 동시에 새로운 문을 여는 시작이 되었고 꽃시장에서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 을 가까이에서 만나며 식물관리사로 활동하며 식물이 머무는 공간에 생기를 더하는 시간을 보냈다. 정원을 만드는 작업에서는 식물 하나하나의 자리와 계절의 흐름을 ...

어린시절의 인어공주를 다시 그리다|동화 속 기억을 담은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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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이야기가 있어. 바로 나의 인어공주 이야기… 몇 번이고 다시 펼쳐 보았던 책 속에는 푸른 바다와 신비로운 세계,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인어가 있었어. 어린 시절 그 이야기를 바라보며 느꼈던 설렘과 상상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었어. 언젠가는 그 기억을 나만의 그림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동화 속 인어공주를 다시 만나는 시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동화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어린 날의 기억 속에 있던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장면 을 그려보았어. 깊은 바닷속을 떠나 처음으로 땅 위의 세상에 올라온 인어. 낯선 세상 앞에 선 그녀는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고, 그곳에서 왕자를 만나게 돼.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두 존재의 첫 만남.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눈빛 속에는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어. 그림안에 담긴 작은 이야기 숲속에 동물들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바다에서 온 새로운 친구를 바라보고 있어.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걸 자연은 이미 알고 있는거 같아.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던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 기억은 다시 그림이 되어 찾아온다 한 장의 그림 안에는 지나간 기억과 지금의 마음이 함께 담겨. 색을 더하고, 작은 이야기를 담아가며 상상 속 세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은 여전히 설레는 작업이야. 바다의 빛, 숲의 향기, 인어와 왕자, 그리고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던 작은 친구들. 어릴 적 마음속에 머물렀던 동화는 시간이 지나 다시 그림이 되어 찾아왔어. 그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오늘 이렇게 기록해.

야외 독서정원, 꽃으로 계절을 심다|정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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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는 날은 하늘이 조금 흐렸다. 햇살이 강하지 않아 작업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이번 작업은  야외 독서정원 조경 . 화분 하나를 놓는 일이 아니라,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고 책을 읽으며 계절을 느낄 수 있 도록 꽃과 나무를 심는 작업이었다. ⸻ 입구에는  야외독서정원 이라는 이름이 반겨주고 있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운영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안내를 보니,  이 공간도 자연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 다. 작업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알록달록한  오스테오스퍼 멈 이었다. 노란색, 분홍색, 보랏빛, 살구빛까지. 한 가지 색만으로도 예쁜 꽃인데 여러 색이 함께 있으니 정원이 금세 생기를 얻었다. 꽃은 작은 존재지만, 여러 송이가 모이면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꽃이 가진 힘을 다시 느낀다. ⸻ 이번에는  루피너스 도 함께 심었다. 분홍색과 보라색 꽃기둥이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다른 꽃들과 함께 있어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고, 정원에 리듬감을 만들어 준다. ⸻ 커다란 화분에는  수국 을 식재했다. 풍성한 꽃송이가 하나만 있어도 존재감이 크다. 파란색과 분홍빛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여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색처럼 느껴진다. 물을 듬뿍 주고 나니 꽃잎 위에 맺힌 물방울까지 더 예뻐 보였다. ⸻ 꽃만 심은 것은 아니다. 공간의 균형을 위해 나무와 관목도 함께 배치했다. 초록은 꽃을 더 돋보이게 하고, 꽃은 초록에 계절을 입혀 준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만드는 조합이다. ⸻ 작업하는 동안은 식재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꽃의 방향을 맞추고, 화분의 위치를 조정하고, 흙을 채우고, 물을 주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갔다. ⸻ 며칠 뒤. 날씨가 너무 좋아 다시 야외독서정원을 찾아갔다. 그날은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이 가득했고, 며칠 전 심...